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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반해 입양했지만 …'인신매매 피해자일 수 있다'는 걸 듣게 된 싱가포르 부부
- 기자, 테사 웡
- 기자, 아시아 디지털 리포터
- Reporting from, 싱가포르
- 기자, 아스투레스트라 아젱라스트리
- 기자, BBC 월드 서비스
- Reporting from, 자카르타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6 분
데이비드와 앨리는 마커스를 처음 봤을 때부터 자신들의 아들이 될 운명임을 직감했다.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는 두 사람은 길고 긴 입양 절차를 거쳤고, 몇 달 뒤 마커스는 인도네시아에서 건너와 이들의 품에 안겼다. 이제는 아기와 함께 새로운 삶을 사는 듯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마커스가 인신매매를 통해 싱가포르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면서, 이들은 아들을 잃을지도 모르는 불안 속에 살아가고 있다.
마커스는 최근 몇 년간 싱가포르로 입양 보내기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불법적으로 매매된 것으로 의심되는 최소 20명의 영아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해 이와 관련해 인신매매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 20여 명은 현재 자와라밧(서 자바)주에서 재판받고 있다.
즉, 마커스를 비롯한 아이들이 양부모와 계속 함께 살지, 아니면 인도네시아의 친부모에게 돌아가야 할지 당국에 의해 결정될 수도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태어난 이후 지금까지 삶의 대부분을 싱가포르에서 보냈다.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당국 모두 이 아이들의 향후 거취에 대해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그 사이 데이비드와 앨리 부부는 지난 몇 달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이번 사건은 자녀를 파는 부모들로 인해 끊이지 않는, 아동 인신매매라는 인도네시아의 고질적인 문제를 다시 한번 조명한다.
아울러 철저한 절차와 심사로 유명한 싱가포르 당국이 어떻게 이를 적발하지 못했으며, 일부 경우에는 입양을 최종 승인했는지를 두고도 의문도 이어지고 있다.
데이비드와 앨리는 마커스를 잃을까 봐 두렵다며, 가명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BBC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공개하기로 동의했다.
데이비드는 "우리 마음 한구석에는 늘 불안감이 있다"고 토로했다.
"언제든 아들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듭니다."
'우리를 보며 방긋 웃었습니다'
데이비드와 앨리는 늘 자녀를 원했으나, 몇 차례 고통스러운 유산을 겪은 끝에 결국 입양을 결심했다.
하지만 싱가포르에서 아기를 입양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한 입양 기관에서는 대기번호 142번을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처한 많은 싱가포르 부부가 그러하듯, 이들 역시 해외로 눈을 돌렸다. 매년 싱가포르 내 입양아 약 3분의 2는 외국, 주로 인접 국가에서 태어난 아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데이비드 부부는 인도네시아 현지의 입양 전문 기관을 선택했고, 몇 주 후 기관이 주선한 화상 통화를 통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를 볼 수 있었다.
데이비드는 그날을 회상하며 "그 아이가 우리 시선을 특별히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 정말 똑똑했다. 우리를 보며 방긋 웃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수만 달러를 지불했는데, 입양 알선 수수료, 법률 비용, 아이를 위한 각종 비용, 친부모에게 주는 "약간의 대가"를 모두 포함한 비용이라고 들었다.
몇 달 후, 마커스는 싱가포르로 건너왔다. 아기를 처음 품에 안는 순간을 떠올리며 데이비드는 "긴장되고 두려웠지만 행복했다"며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라고 말했다.
이어 앨리가 "바로 이거야. 이제 정말이야"라며 말을 이어받았다.
싱가포르에서 마커스의 입양은 신속하게 승인됐고, 마지막 단계는 시민권 신청이었다. 이후 출입국 관리 당국으로부터 면담 요청이 들어왔을 때만 해도, 이들은 좋은 소식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이들의 삶은 뒤집혀 버렸다. 아들의 시민권 신청이 보류됐을 뿐만 아니라, 인신매매를 통해 싱가포르로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데이비드는 "나는 무너져버렸다"며 싱가포르 당국이 더 철저하게 신원 조회를 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저는 당국에 '신원 조회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인가요? 모든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나요? 힘들지만 필요한 절차라고 했기에 우리는 그 절차를 묵묵히 따랐습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답도 하지 못하더군요."
현재 자와바랏주에서는 총 19명이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아이들을 불법으로 사들여 '착취'를 목적으로 해외로 보내고, 합법적인 입양인 것처럼 꾸미고자 관련 서류를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법에 따르면, 인신매매란 착취를 목적으로 대가를 지불하고 사람을 이송하는 행위를 말한다.
인도네시아 또한 국제 입양과 관련해 규정과 절차가 엄격한데, 피고인들은 이를 무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영아 20명 중 최소 12명이 이미 싱가포르에 입국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만 싱가포르 당국은 BBC의 해당 수치 확인 요청은 거부했다.
현지 검찰은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중 하나인 리 시우 루안이라는 인도네시아 여성을 주범으로 보고 있다.
리는 아기 한 명당 최소 1만8000싱가포르달러(약 2000만원)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싱가포르 측 연락책 최소 4명에게 입양을 목적으로 영아를 공급했다고 시인했다.
또한 중개인을 모집한 혐의도 받고 있다. 중개인들은 아기를 확보해 임시로 맡고,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역할을 맡았다.
중개인들은 SNS를 샅샅이 뒤져 아기를 입양 보내고 싶어 하는 부모들을 찾아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한 중개인은 아기를 입양하려는 여성인 척 남성에게 접근해 갓 태어난 아들을 포기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아기를 확보한 뒤에는 보르네오섬 폰티아낙에 있는 가정집으로 데려가 고용한 보모들이 돌보게 했다.
또한 리는 출생증명서와 입양 서류를 위조할 사람도 따로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조직원들은 심지어 서류상 아기들의 친부모인 척 위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위조 서류에 기재했을 뿐만 아니라,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들과 화상 통화를 하기도 했다.
현지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징역 5~10년 형을 구형했다.
한편 데이비드와 앨리는 아직 당국으로부터 마커스가 인신매매 피해 아기 중 한 명이라는 공식적인 통보를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BBC는 이를 뒷받침하는 명확한 증거들을 발견해 부부에게 전달했다.
우선 법원 문서를 검토한 결과, 인신매매 피해 영아 명단에 마커스의 인도네시아식 이름이 기재돼 있었다. 또한 마커스의 인도네시아 입양 서류에 친모로 기재된 여성은 현재 일부 아기들의 친모 행세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물이다.
아울러 인터폴 인도네시아 지부는 해당 영아들을 담당했던 싱가포르 입양 대행사도 특정해냈는데, 이곳은 데이비드와 앨리에게 마커스를 소개했던 바로 그 기관이다. 이 대행사는 여전히 싱가포르에서 정상적으로 영업 등록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BBC는 해당 대행사의 소유주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받지 못했다.
해당 기관과 리의 싱가포르 내 공범으로 지목된 인물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지 묻는 BBC의 질문에, 싱가포르 내무부는 인도네시아 법원 절차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을 들어 답변을 거부했다. 대신 사회가족개발부, 인도네시아 당국과 협력해 수사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힌 이전 성명을 참고하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보도된 이후, 의회에서도 이 문제를 거듭 언급하고 있다.
한 의원은 이 아이들이 정부의 승인을 거쳐 입양됐으며, 입양한 부모들은 "모든 법적 절차를 따른 무고한 당사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회가족개발부는 입양 기관은 아기들이 "적절한 출처"에서 왔는지 확인하고, 철저히 심사할 의무가 있으며, 양부모들 역시 충분한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데이비드와 앨리는 단 한 번도 마커스가 인신매매 피해자일 수 있다는 가능성은 생각해 본 적 없다.
자신들도 나름대로 알아보고 확인하고, 지식이 부족해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도 이들도 처음 겪는 입양이었다.
이 부부는 마커스의 입양 승인 과정에서 싱가포르 공무원들이 조사하고 심사했기에, 이번 사태의 책임은 싱가포르 정부에 있다고 말한다.
앨리는 "(이 입양의) 합법성을 판단하는 전문가는 바로 (공무원들)"이라며, "그들은 매일 수많은 입양 사례를 다루지 않는가.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 사회가족개발부는 자국에 입국한 아기들에 대한 신원 조사 방식 및 외국 아동 입양에 대한 일반적인 심사 과정을 묻는 BBC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다만 이전 성명을 언급하며, 당국은 피해 부모들에게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들의 자녀들의 시민권 신청 처리 과정에서 "일부 지연"이 있었다고 답했다.
또한 입양 절차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약속했다.
영아 암시장
이번 사건은 지난 몇 년간 인도네시아 당국이 수사한 최소 7곳의 영아 인신매매 의심 조직 가운데 하나와 관련돼 있다. 이 중 족자카르타를 거점으로 활동한 한 조직은 영아 최소 66명을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1~2024년 사이 인신매매된 영유아의 수는 27명에서 70명으로 거의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만 이는 당국이 추적해 낸 사건들만 집계한 것이므로, 실제 수치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인신매매범들에게 강요당해 아기를 판 부모들도 있으나, 경제적으로 양육이 힘들거나 돈이 필요해 자발적으로 아기를 판 이들도 있다.
일례로 자와바랏주에서 열린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선 다니 히다얏은 아내가 다섯째 아이를 출산할 무렵 자신은 파산한 데다 실직 상태였기에 "경제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히다얏은 입양 관련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했고, 자신을 불임이라고 주장하는 한 여성의 연락을 받았다. 히다얏 부부는 아이가 태어나면 이 여성에게 입양 보내기로 합의했다.
그 여성은 히다얏에게 500만루피아(약 40만원)를 우선 건넨 뒤, 200만 루피아를 더 주겠다고 약속했다. 히다얏은 아내의 회복을 위해 이 돈이 꼭 필요했다는 주장이다.
해당 여성은 이후 인신매매 조직의 중개인으로 지목됐다. 결국 이 조직을 적발한 사람도 히다얏이었다. 약속했던 나머지 돈을 받지 못하자, 그는 아들이 납치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 여성을 체포해 휴대전화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내 입양을 위해 영아 수십 명을 더 알선한 사실을 확인했다.
히다얏의 아들은 현재 사회복지 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 다만 이 아기는 싱가포르로 보내질 예정이었던 20명의 아기 중 한 명은 아니다.
BBC는 인도네시아 경찰에 인신매매 피해자로 의심되는 아기들의 친부모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지 문의했으나, 답변받지 못했다.
당국자들과 인권운동가들은 부모들이 자녀를 팔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빈곤, 부족한 사회적 지원, 국가 지원에 대한 낮은 접근성, 혼외 출산에 대한 문화적 낙인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 농촌 지역에서는 정식 입양 절차 없이 아이를 친척이나 이웃에게 맡기는 것이 문화적으로 용인되는 등 비공식적인 입양이 여전히 이루어진다.
따라서 일부 가해자들은 자신의 행동을 이타적인 행위로 포장하기도 한다.
자와바랏주 사건의 피고인들 또한 자신들은 "사람들을 도왔을 뿐" 자신의 행위가 불법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리 또한 아기들을 해외로 보내 입양시키는 것이 "잘못된 일인 줄 몰랐다"고 말했으며, 싱가포르에 있는 공범으로부터 합법적인 일이라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와바랏주의 아동 인권 운동가인 에코 크리스완토는 "누가 아기를 팔고 있는지 적발하고 처벌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핵심은 "아동이 상품처럼 취급된다는 점"이라며 "근본적인 원인을 파헤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크리스완토는 인도네시아에도 이미 아동을 보호하고 인신매매를 금지하는 수많은 법률이 있지만, 일관되게 집행되지 않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권단체 '인도네시아 아동보호위원회'의 아이 라마얀티 위원장 또한 "원치 않는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안전한 공간도, 관련된 국가의 서비스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일명 '베이비 박스'로 알려진 시설이 드물다.
라마얀티 위원장은 이러한 공백 속에서 암시장이 생겨났다며, 인신매매범들은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사람들에게 접근해 출산 비용도 대신 내주고, 소정의 대가도 주고, 아기는 데려가는 등 해결책을 제시해주겠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BBC는 인도네시아 여권 강화 및 아동보호부에 라마얀티 위원장과 크리스완토의 주장에 대한 입장과, 아동 인신매매 해결을 위한 대책이 있는지 문의했으나, 답변받지 못했다.
위태로운 아기들의 운명
데이비드와 앨리가 재판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는 가운데, 여전히 풀리지 않는 핵심 의문이 있다. 바로 마커스를 비롯한 아기들의 향후 거취다.
인도네시아 인권 운동가들과 당국자들은 원칙에 따라 인신매매 피해자로 의심되는 아이들은 친부모에게 돌려보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인도네시아 경찰 관계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의 국가적 자존심"과 관련된 사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이 끝나고 아이들의 운명이 결정될 무렵이면, 아이들은 이미 싱가포르의 양부모 밑에서 수년을 함께 살아온 뒤일 것이다.
'싱가포르 아동 협회'의 수석 임상 심리학자인 제레미 헹은 어린 시절 삶의 환경이 지속적으로 바뀌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 발달, 감정 조절, 학습 능력, 애착 안정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트라우마 관련 증상, 정신 건강 문제의 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한다.
싱가포르 당국은 아기들이 싱가포르에 남게 될지, 아니면 인도네시아로 돌아갈지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인도네시아는 이본 메웽캉 외무부 대변인을 통해 "아동의 최선의 이익 원칙에 기반한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답했다.
오랫동안 자녀를 기다려온 데이비드와 앨리는 마커스를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다.
데이비드는 "우리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법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령 마커스가 인도네시아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다시 합법적으로 입양할 방법을 찾겠다는 설명이다.
데이비드는 "나는 아들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어느 부모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추가 보도: 율리아 사푸트라, 아세안티 파헬비(BBC 인도네시아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