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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체 활동'이 우리 몸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높여줄 수 있다?
성적 의도가 없는, 비(非)성적 공공 나체 활동인 '네이처리즘'(자연주의)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신체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BBC는 자연주의자들과 관련 전문가들에게 이에 대해 물었다.
헬렌 베리먼은 자연주의를 조금 더 일찍 접했더라면 자신의 몸에 대해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2020년 여름에 비키니를 하나 샀다. 평생의 대부분을 신체이형장애(자신의 외모 결함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집착하는 증상)로 고통받으며 살아온 헬렌은 20년 동안 비키니를 입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1년 후 남편의 소개로 자연주의를 접하게 됐다.
런던 리전츠 대학교의 심리학 조교수인 케렘 소일레메즈는 "자연주의는 어떠한 기대나 성적 자극의 존재 없이 사회적 나체 상태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다른 이들의 나체를 접하는 것만으르도 사람들이 신체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연주의자들과 심리학자들은 이것이 우리 몸과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강력한 방법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
자연주의와 신체 이미지
마사 빅커리는 처음 자연주의 행사에 참석하기 전까지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진심으로 싫어했다"고 말한다.
신체 이미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체형이나 체중, 특정 신체 부위 등에 지나치게 신경 쓰거나 자신의 몸에 불만을 느끼는 것을 뜻한다. 미국에선 성인의 약 51%가 특정 체형을 갖춰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성인 8명 중 약 1명 꼴로 자신의 신체 이미지에 대한 고민으로 자살을 생각하거나 그런 감정을 느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 이미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이러한 고민으로 인해 개인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상적인 몸매를 갖추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은 사회적 상황을 피하거나 강박적으로 운동을 하기도 하며 심지어 성형수술을 받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받아들이는 것만이 아니라,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 케렘 소일레메즈
긍정적인 신체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은 자존감과 낙관적인 태도, 안전한 성생활, 전반적인 건강 등 여러 측면에서 중요하다.
다만 신체 이미지는 복잡한 문제로,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저마다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LGBTQ+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은 차별이나 성 정체성으로 인해 신체 이미지에 대한 고민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자연주의는 어떤 체형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허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빅커리는 자연주의가 자신의 신체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촉매"가 됐다고 말한다.
"자연주의를 접한 후 내 몸이 내가 원하는 것보다 크거나 사회가 그래야 한다고 말하는 기준보다 크더라도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죠."
자연주의는 빅커리가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더 이상 몸을 비판하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는 "내 몸이 있기에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친구들을 안아주고 커피를 마시고 피부로 햇살을 느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비교 문화
수년간 자연주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연구해 온 소일레메즈는 미디어가 왜곡하는 신체 이미지 문제를 "실제 몸을 가진 실제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것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받아들이는 것만이 아니라,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런던 로햄프턴대학교의 심리학과 선임강사인 마리나 라치츠키 역시 이에 동의한다. 그는 사회가 무엇이 '정상'인지를 규정한다고 말한다.
"소셜미디어와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우리에게 정상이라는 기준에 맞추라고 압박해요. 하지만 그 기준이 반드시 평균적인 모습인 것은 아닙니다."
여러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는 무엇이 매력적이고 바람직한지를 규정하면서 부정적인 신체 이미지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는 사용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몸을 갖춰야 한다는 압박은 섭식장애와 불안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며 수치심을 키우기도 한다.
AI 챗봇이나 스마트폰의 뷰티 필터 같은 현대 기술 역시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도록 부추긴다. 심지어 신체이형장애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한 연구에서는 청소년들이 3주 동안 소셜미디어 사용을 줄이자 자신의 외모와 체중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라치츠키는 "평균적인 몸, 평범한 사람들의 몸을 접하다 보면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받아들일 만한 것이며 무엇이 아름다운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다시 조정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평균적인 몸을 접하다 보면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받아들일 만하며 무엇이 아름다운지에 대한 관점을 다시 조정하게 됩니다." - 마리나 라치츠키
지금까지 사회적 나체와 신체 이미지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진행된 첫 번째 통제 실험들을 통해 고무적이고 희망적인 연구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849명을 대상으로 한 한 연구에서는 자연주의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더 긍정적인 신체 이미지와 높은 자존감을 통해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자연주의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다른 사람의 나체를 보는 것이 긍정적인 신체 이미지의 '중요한 예측 요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소규모 연구에서는 나체가 신체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옷을 입은' 상태로, 다른 그룹은 '옷을 입지 않은' 상태로 실험에 참여했다. 그 결과, 나체 상태의 참가자들은 자신의 몸을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사회적 체형 불안, 즉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평가할 것이라는 걱정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라치츠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몸을 더 많이 가릴수록 오히려 자기 자신에 대해 더 불편하게 느끼기 시작해요. 심리적으로 '내가 이것을 가려야 한다면 뭔가 잘못된 게 있다는 뜻이겠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현재 영국의 국가 자연주의 단체인 '브리티시 네이처리즘'(British Naturism)에서 여성 담당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베리먼은 자연주의가 '비교 문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비교 문화란 소셜미디어가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도록 부추기고 그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한다는 개념이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사람들이 특정한 모습으로 보이려고 하고 더 멋져 보이기 위해 많은 돈을 쓰려고 하죠. 자연주의자로서 우리가 하는 일은 말하자면 그런 흐름에 맞서는 겁니다. 많은 돈을 쓸 필요도 없고 꼭 특정한 모습일 필요도 없어요. 모든 몸은 아름답습니다."
베리먼의 몸에는 흉터가 있는데 이제는 그 흉터를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것은 살아온 삶의 일부니까요."
그는 자연주의 행사에 가면 전형적인 체형의 사람부터 암을 이겨낸 사람, 사지를 잃었거나 그 밖의 신체적 차이가 있는 사람까지 매우 다양한 몸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린다 애시모어 역시 이런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12살 때부터 자신의 몸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고 이후 여러 건강 문제를 겪으면서 이러한 감정이 더욱 심해졌다. 치료되지 않는 감염으로 발가락 두 개를 절단해야 했고, 제1형 당뇨병 진단을 받아 배에 인슐린 주사를 놓아야 했다. 그는 자신의 몸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는 것을 몹시 의식하고 신경 썼다고 밝혔다.
그러던 2019년 50세의 나이에 자연주의를 접하게 되면서 그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정말 너무 좋았어요. 옷을 입지 않은 채 사람들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요. 그냥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졌어요."
지금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그는 이렇게 말한다.
"피부는 그냥 내 몸에 맞게 붙어 있는 거예요. 여기저기 조금 처져 있을 수도 있지만…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 다른 모양과 크기를 가지고 있잖아요."
억울한 오명
소일레메즈에 따르면, 많은 자연주의자들이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를 밝힘에도 불구하고 이 관행은 오랫동안 논란이 되는 행동으로 여겨져 왔다. 더 나아가 미디어에서 악마화되는 경향까지 있다. 이러한 낙인은 주로 성적 일탈이라는 가정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대개 문화적, 종교적, 도덕적 가치에서 비롯된다.
미국에서 자연주의와 관련된 법적 논쟁은 복잡하며 지역마다 공공 나체 관련 법이 다르다. 다만 '전국자연주의자협회 재단'이나 '미국나체휴양협회' 같은 많은 자연주의 단체들이 존재한다.
현재 영국에서는 타인을 불쾌하게 하거나 충격을 줄 목적으로 옷을 벗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연주의 활동은 합법이다. 다른 유럽 국가들, 특히 덴마크나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는 자연주의가 대중적이다.
지금까지 연구에 따르면 성인이나 아동에게 자연주의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그나마 있는 부정적 영향 역시 대개 외부의 시선에 좌우된다.
라치츠키는 "어떤 종류의 해로운 경험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부정적인 경험을 했다면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반드시 자연주의 자체 때문이 아니라 제약, 즉 수치심이라는 압박감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연구가 진행될 때 보통 자연주의를 즐기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을 덧붙인다.
조직적인 자연주의 행사의 경우 안전 장치와 엄격한 지침이 마련되어 있지만, 자연주의 단체들이 해변 같은 공공 나체 공간을 찾는 이들까지 통제할 수는 없다.
물론 자연주의는 단순히 옷을 벗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자연과 교감하고 공동체를 찾는 것이기도 하다. 베리먼은 "자연주의는 사람마다 의미가 다르다"면서 "어떤 이들은 피부에 옷이 닿는 느낌을 말 그대로 견뎌 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또 다른 이들에게는 외모가 아니라 공동체 그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그는 덧붙인다.
자연주의 외에도 알몸이 포함된 다른 활동들이 신체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실제 나체 모델을 관찰하며 인물을 그리는 '라이프 드로잉'에 관한 연구들이 있는데 이것은 특히 여성들의 신체 이미지를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 다룬다.
영국 자연주의 위원회 위원인 테리 레인은 사람들이 처음 자연주의 행사에 올 때 대개 불안해하지만 10분 정도 지나면 그들이 긴장을 푸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 역시 이전에 누드 해변에 가본 적이 있을 뿐이었고 자신의 첫 행사에서도 비슷하게 느꼈다고 말한다.
그는 어렸을 때 자신을 "마른 소년"이라고 표현했으며 30대에 살이 찌면서 자신의 배에 대해 남의 시선을 의식하게 됐다. 그러나 자연주의는 자신의 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 맞서고 더 자신감을 갖도록 돕는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발견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어떤 라벨이나 옷 뒤에 숨지 않는 것"이라며 "옷을 완전히 벗어던질 때 사실상 꽤 해방감을 느끼게 되며... '이것이 바로 나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