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식사할 때 하지 말아야 할 7가지

사진 출처, Alamy
언젠가 이탈리아 여행을 한다면 아침 식사 후 카푸치노를 주문하거나 생선 요리에 치즈를 뿌리는 등의 '여행자들의 흔한 실수'를 피해 보자.
로마의 어느 온화한 밤이었다. 나는 카르보나라 파스타를 맛있게 먹고 있었고 친구들은 추가로 주문할 와인을 고르고 있었다. 그때였다. 레코드판을 긁는 듯한 영어 한마디가 식당을 가로질러 들려왔다. "카푸치노 한 잔 주세요." 우리의 포크는 허공에서 멈췄고 식당 안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시계를 보니 밤 10시 30분. 정말 카푸치노를 주문한 것일까?
매년 수백만 명의 여행자들이 훌륭한 음식에 매료되어 이탈리아를 찾는다. 하지만 이탈리아 음식은 세계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는 반면, 정작 이 나라의 식사 문화를 형성하는 고유한 규범까지 제대로 이해하는 방문객은 그리 많지 않다.
이탈리아 음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향신료를 과하게 사용하지 않고 제철 현지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집중한다. 식사는 결코 서두르지 않으며 삶의 가장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의 풍미를 제대로 즐기고 한 끼 한 끼를 음미할 수 있도록 돕는 암묵적인 식사 예절이 존재한다.
물론 이런 규칙이 지나치게 까다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이를 모르고 행동한 여행객은 주변 사람들의 놀란 시선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규칙들을 이해하면 이탈리아 음식 문화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쩌면 현지인들의 만족스러운 미소와 고개 끄덕임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현지인처럼 식사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현지 레스토랑에서 피해야 할 일곱 가지를 소개한다.
아침 식사 이후에는 카푸치노를 주문하지 마세요
이탈리아 사람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카푸치노를 마시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다만 그 기준이 정확히 언제인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오전 10시일까, 아니면 정오일까?

사진 출처, Alamy
이와 관련해 가장 쉬운 방법은 레스토랑에서는 아예 카푸치노를 주문하지 않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카푸치노는 보통 커피 바에서 아침 식사와 함께 마신다. 이탈리아식 아침 식사는 브리오슈나 페이스트리처럼 가벼운 음식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부드러운 우유 거품이 풍성한 카푸치노와 잘 어울린다.
반면 거품이 많은 카푸치노는 점심이나 저녁처럼 묵직하고 짭짤한 식사와 함께 마시기에는 너무 무겁고 느끼한 음료로 여겨진다. 그러다보니 누군가 점심이나 저녁 식사 때 카푸치노를 주문하면 현지인들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아침 식사 이후에 마시는 커피는 대개 에스프레소나 마키아토다.
식사 순서를 흐트러뜨리지 마세요
이탈리아 레스토랑의 식사는 마치 교향곡처럼 차례차례 고조되는 악장처럼 이어진다.
순서는 안티파스토(전채 요리), 프리모(파스타 코스), 세콘도 에 콘토르니(육류·해산물 요리와 제철 채소 사이드 메뉴), 돌체(디저트), 카페 에 아마로(커피와 소화를 돕는 식후주)다. 이 순서는 가장 가벼운 맛에서 가장 풍부한 맛으로 점차 풍미를 쌓아가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마지막에는 커피나 독한 식후주로 식사를 마무리한다. 코스를 생략할 수는 있어도 순서를 바꾸는 일은 거의 없다. 콘토르니(사이드 메뉴)는 메인 요리와 별도의 접시에 담겨 나온다. 따라서 "음식을 한꺼번에 모두 가져다 달라"는 요청은 이탈리아에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탈리아에서는 샐러드도 식사의 첫 순서가 아니다. 대신 육류나 생선 메인 요리와 함께 곁들이는 사이드 메뉴로 제공된다. 일반적으로 올리브오일과 소금, 레몬즙으로 간한 모둠 채소 형태다. 조금 더 캐주얼한 식당에서는 리볼리타(토스카나식 빵·채소 수프)나 파스타 에 파졸리(파스타와 콩 수프)처럼 걸쭉한 수프를 프리모로 내놓기도 한다. 중요한 점은 파스타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코스이지, 사이드 메뉴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진 출처, Eva Sandoval
해산물과 육지 식재료를 섞지 마세요
"내가 먹고 싶은데 왜 해산물에 파르메산 치즈를 뿌리면 안 되나요?"
이탈리아에서는 바다(mare, 해산물)와 육지(monti, 치즈와 육류)를 서로 다른 요리의 영역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두 전통은 독립적으로 발전해 왔으며 이 식재료들을 구분하는 관습 역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각각의 풍미가 서로 충돌한다고 보기 때문에 해산물에는 향이 강한 숙성 치즈를 거의 곁들이지 않는다. 코스를 구성할 때도 두 계열의 요리를 섞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인살라타 디 마레(해산물 샐러드)를 먹었다면 이어서 페투치네 볼로네제와 새끼 돼지 구이를 주문하기보다는 스파게티 알레 봉골레(조개 스파게티)와 프리투라 디 칼라마리(오징어 튀김)처럼 해산물 중심의 요리를 이어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물론 메뉴를 보다 보면 파스타 콘 코체 에 페코리노(pasta con cozze e pecorino, 홍합과 페코리노 치즈를 곁들인 파스타)처럼 해산물과 치즈를 의도적으로 조합한 요리를 발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인정받은 정통 레시피에 한해서다. 일반적으로는 두 재료를 함께 쓰지 않는 것이 이탈리아 요리의 기본 원칙이다. 그래서 스파게티 알레 봉골레에 파르메산 치즈를 달라고 하면 주변 이탈리아인들이 움찔하는 것이다.
식재료를 다른 것으로 대체해 달라고 하지 마세요
미안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레스토랑 메뉴를 손님의 취향에 맞게 바꾸는 문화가 거의 없다. 어떤 식재료는 전통적으로 서로 잘 어울리고 또 어떤 조합은 해산물과 치즈처럼 의도적으로 피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짧은 파스타는 홈과 주름 사이에 소스가 잘 배도록 건더기가 많은 소스와 곁들이고 긴 파스타나 속을 채운 파스타는 보통 더 부드러운 소스와 함께 낸다. 따라서 다른 식재료를 넣거나 빼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권장되지 않는다. 이는 요리의 완성도를 해칠 뿐 아니라 셰프의 전문적인 판단을 존중하지 않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알레르기나 식이 제한이 있는 경우, 또는 양파·피망·토마토·마늘처럼 소화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재료를 빼줄 수 있는지 문의하는 것은 괜찮다. 많은 셰프가 이런 사정을 기꺼이 배려해 준다. 다만 전통적인 레시피를 자신의 취향에 맞게 바꿔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눈총을 받는 행동이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지역 고유의 음식을 놓치지 마세요
이탈리아 밖에서는 "이탈리아 음식"을 내세우는 레스토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이탈리아'라는 국가는 여러 독립 왕국과 도시국가가 통일되면서 1800년대 후반에야 탄생했다. 그래서 이탈리아인의 정체성은 지금도 진화 중이며 많은 사람은 국가보다 자신이 속한 지역(주)의 주민이라는 정체성을 먼저 떠올린다.
이탈리아 요리 역시 지역색이 무엇보다 뚜렷하다. 각 지역의 전통 요리와 식재료는 마치 보물처럼 소중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특정 도시를 방문하면서 그곳의 대표 음식을 맛보지 않는 것은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것과 다름없다. 영국 콘월에 가면서 콘월식 고기 파이인 파스티(pasty)를 먹지 않고 돌아오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이탈리아의 지역 음식은 그 다양성과 깊이가 놀라울 정도로 방대하다. 이를 하나씩 발견해 가는 과정 자체가 여행의 큰 즐거움이다. 피자의 본고장 나폴리에서는 정통 나폴리 피자를 맛보고 더 남쪽의 아말피 해안에서는 아말피 레몬으로 만든 상큼한 리몬첼로를 즐겨 보자. 페스토는 제노바가 본고장이며 카초 에 페페와 카르보나라를 맛보려면 로마가 제격이다. 피렌체는 두툼한 티본스테이크인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로 유명하고 베네치아는 바카리(선술집)에서 치케티(한입거리 안주)와 아페롤 스프리츠를 즐기는 식전주 문화의 중심지다.
하지만 이는 이탈리아 미식 문화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모든 마을과 도시에는 저마다 자랑하는 대표 요리와 오랫동안 이어져 온 특산 빵, 또는 지역의 명물 과일이 있다. 식당에 들어가면 주문하기 전에 그 지역의 대표 음식이 무엇인지 먼저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진 출처, Alamy
서두르지 마세요
이탈리아에서 레스토랑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의식이다. 여유롭게 이어지는 코스 요리 덕분에 점심이나 저녁 식사는 두세 시간 이상 계속되는 경우도 흔하다. 그 사이에는 다음 요리를 기다리며 대화를 나누고 입가심으로 레몬 소르베를 즐길 여유도 있다. 식사 중간의 잠깐의 공백은 자연스럽게 대화로 채워진다. 사람들은 웃고 토론하고 와인을 한 병 더 주문하며 식사 시간을 만끽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보통 저녁 식사를 시작하는 밤 9시 이후에 식당에 들어간다면 자정 무렵까지 식사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아마로(식후주)를 빼놓지 마세요
이탈리아 식사는 달콤한 디저트와 커피(물론 에스프레소나 마키아토), 그리고 아마로로 마무리된다.
아마로(Amaro)는 말 그대로 "쓴맛"을 뜻하는 음료다. 감귤류 껍질이나 호두 껍질, 여러 약초를 우려 만들어 특유의 쌉쌀한 맛을 낸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푸짐한 식사 뒤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데는 아마로만 한 것이 없다고 여겨진다. 아마로는 지역색이 매우 강한 술인 만큼, 그 지역의 특산 아마로나 식당에서 직접 만드는 수제 아마로가 있는지 물어보는 것도 좋다. 한 모금씩 천천히 음미하며 긴 식사의 여운을 즐겨 보자.
전문가 소개
에바 산도발은 미국으로 이주한 이탈리아계 이민자의 딸이다. 가족의 고향인 이탈리아 테라치나에서 14년간 거주했으며, 현재도 그곳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탈리아 여행과 식문화 예절에 관한 다양한 글을 써 왔으며, 이탈리아 남부를 다룬 여행 가이드북 7권을 공동 집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