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집권 하에 미국 경제는 실제로 어떤 상황인가?

    • 기자, 벤 추
    • 기자, 정책 및 분석 담당기자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4 분

다음 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국민들의 소득은 늘리고,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미국의 경제 상황이 좋다고 자랑하고 있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나라"라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대적인 '해방의 날' 관세를 도입한 이후 미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많은 이들의 예상보다는 선방하고 있으나, 이러한 수입 관세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과의 전쟁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는 증거도 있으며, 그 악영향은 대다수의 미국 가정에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또한 미국 경제는 현재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의 혜택도 입고 있으나, 이 분야의 투자와 지출이 줄어들 경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미국인들은 자국 경제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BBC Verify 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주장에 대한 증거가 있는지 살펴봤다.

1. 미국 경제는 성장 중

우선 미국 경제는 최근의 역사적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전반적으로 꽤 괜찮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미국 GDP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현재 연간 2.2%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2번째 임기를 시작하기 직전인 2024년 말과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약 3.2% 커졌다.

이는 해당 기간 G7(주요 경제국 7개)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특히 2025년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상품에 대해 대대적으로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직후에도 미국의 성장률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를 웃돌았다.

당시 IMF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관세 조치가 투자와 소비자 지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다만 그 후 몇 달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수의 관세를 완화하면서 당초 예상됐던 경제적 타격 또한 줄어들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에 더해 최근 몇 년간 미국 기술 기업들이 전국 각지에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는 등 인공지능(AI)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면서 미국 경제를 탄탄하게 지탱하고 있다.

올해 8월 기준 미국 기업들은 데이터 센터 건설에 지출한 비용(내부에 설치하는 IT 하드웨어 비용 제외)은 50억달러(6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당시와 비교하면 거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2. 다시 강해지는 물가상승률

많은 미국 유권자들은 2024년 대선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물가가 치솟은 데 따른 고통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을 벌하고 싶어 했다.

현재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은 3.7%다.

이는 2022년 바이든 행정부 시절 기록했던 최근 최고치인 9%보다는 여전히 훨씬 낮은 수준이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2025년 1월에 물려받은 3%보다는 높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이후 관세를 부과하지만 않았다면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이보다도 더 낮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편 최근 이란 전쟁으로 중동산 석유 및 연료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면서 전 세계 에너지 가격이 요동쳤고, 이 또한 미국 내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자가용 차량 운전자뿐만 아니라 농업 및 산업 분야에서도 널리 사용되는 디젤의 경우, 미국 내 1갤런당 가격이 지난 9월에 6.52달러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이후 후 쇠고기나 커피와 같은 일부 생필품 가격은 상승한 반면, 달걀 가격은 하락했다.

또한 일부 미국 소매업체들은 이란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식품 생산 비용도 비싸져 최종 소비자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3. 가계 소득 증가세 주춤

한편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도 미국 가구의 평균 소득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조정된 소득 중앙값은 2025년 2.6% 상승해 8만7460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사상 최고치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 정책 싱크탱크 '조세 및 경제 정책 연구소(ITEP)'는 다음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미국 가계 소득에 영향을 미친다고 추정했다.

  •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
  • 미국인 수백만 명의 건강보험료를 낮춰주었던 정부의 보조금 제도 종료
  • 관세 및 이란 전쟁 등으로 트럼프 행정부 2기 동안 예상보다 가파르게 상승한 물가

이에 ITEP는 2026년 기준 소득이 중위 20%에 속하는 가구의 소득은 원래 예상됐던 수준보다 평균 약 1700달러 감소할 것이며, 최하위 20% 가구의 소득은 약 750달러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반면, 최상위 1%의 소득은 주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 덕분에 원래 예상됐던 수준보다 평균 1만2560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관세 정책이 소득별 미국 가계에 미친 영향에 대한 ITEP의 이 같은 추정치는 또 다른 싱크탱크인 '택스 파운데이션'의 추정치와 대체로 유사하다.

4. 일자리 창출 속도 둔화

트럼프 대통령은 제조업체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내에 공장을 새로 세우면서, 자신의 관세 정책이 자연스럽게 미국 내 "일자리 홍수"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가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매달 평균 일자리 3만4000개가 창출됐다.

하지만 이는 바이든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에 매달 12만2000개가 창출되었던 것에 비해 상당히 감소한 수치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미국인 수는 올해 9월 기준 1260만 명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했을 직후 대비 조금 줄어들었다.

그러나 미국의 실업률은 4.2%로 여전히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했을 때와 대체로 비슷한 수준이다.

그 원인 중 하나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자 단속 및 강제 추방 정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미국 내 가용 노동자 수가 줄어들면서 실업률 상승을 막기 위해 매달 창출해야 하는 일자리 수도 함께 줄어들었다.

5. 차입 비용 상승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임기 동안 미국 정부의 차입 규모는 증가했는데, 대규모 감세 정책으로 거둬들이는 돈이 줄어든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올해 9월까지의 회계연도 기준, 연방 정부 재정적자(세입과 지출 간의 차이)는 2조달러에 달했다. 이는 미국 GDP의 약 6%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의 적자 규모는 앞으로 2030년까지 GDP의 8%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높은 정부 차입 자체가 미국 GDP 성장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다만 IMF는 적자를 메우고자 과도한 차입을 지속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쌓인 국가 부채가 향후 미국 내 금융 위기 발생 위험을 부추긴다고 경고했다. 실제 위기가 발생한다면 대부분의 미국 가정이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재정적자가 증가하면서 미국 정부는 금융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2025년 1월 트럼프 재집권 이후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급격히 상승하여 현재 5%를 넘어섰는데, 이는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렇듯 미국 정부의 차입 비용이 상승하면서 미국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미국의 30년 만기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7.4%로, 이는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했을 당시의 6.9%보다 상승했다.

이는 미국 주택 시장의 추가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신규 구매자들은 내 집 마련을 하기 부담스러워졌고, 많은 기존 주택 소유자들은 이사를 꺼리게 됐다. 이사를 하려면 금리가 더 낮은 기존의 저렴한 주택담보대출을 포기해야 하고, 기존 대출률을 새 주택으로 그대로 이전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데이터 그래픽: 에르완 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