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 가능한 로봇은 어떤 일 가능할까?

‘목시’는 병원 이곳저곳으로 의료 물품을 실어 나른다

사진 출처, Diligent Robotics

사진 설명, '목시'는 병원 이곳저곳으로 의료 물품을 실어 나른다
    • 기자, 크리스 마셜
    • 기자, IT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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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병원의 환자들과 직원들에게는 팔이 하나 달린 4피트 높이의 친근한 하얀 로봇이 병원을 누비며 일하는 모습이 이제 익숙하다.

간호사들은 로봇 제조사 딜리전트 로보틱스가 '목시(Moxi)'라고 이름 붙인 이 로봇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거나, 하이파이브를 하고, 심지어 따뜻하게 안아주기도 한다.

그러면 목시는 하트 모양의 LED 눈을 반짝이고 "삐삐" 소리를 내며 자신만의 인사로 화답한다.

텍사스에 본사를 둔 이 로봇 기업의 COO(최고운영책임자) 토드 브루거는 "목시가 팀의 일원처럼 느껴진다는 피드백을 정말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현재 바퀴로 움직이는 목시 로봇을 약 100대 정도 운용 중이다.

하지만 병원에 목시를 들여온다고 해서 이 로봇을 완전히 구매했다는 뜻은 아니다. 이 로봇은 빌려 쓰거나 매달 일정한 비용을 내고 구독하는 방식으로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 업계에서는 이를 '라스(RaaS, Robotics-as-a-Service, 서비스형 로봇)'라고 부른다. 이 서비스에는 로봇 본체뿐만 아니라 유지 보수, 수리, 성능 업그레이드까지 모두 하나의 패키지로 묶여 있다. 게다가 멀리 떨어진 관제실에 있는 엔지니어가 대기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언제든 로봇을 원격 조종해 도와줄 수도 있다.

브루거는 목시를 두고 "처음에 구매 비용 전체를 한꺼번에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는 초기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더욱 중요한 점은 로봇 기술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희는 로봇의 소프트웨어와 기능을 정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로봇 대여 서비스는 목시 같은 병원 물품 배송부터 바텐더, 자율주행 잡초 제거까지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기간도 하루부터 몇 년까지 원하는 만큼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초기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빌려주는 곳도 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처럼 행동하고 사람처럼 보이도록 디자인되어, 사람이 일하는 환경에 맞춰 움직이도록 제작된 로봇이다.

다만 휴머노이드 로봇은 아직 개발 단계에 있기 때문에, 현재는 특정한 업무에만 제한적으로 대여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엔터테인먼트다. 로봇의 종류에 따라 결혼식이나 기업 행사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거나, 손님들을 안내하고 응대하는 역할을 맡는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부디렉터 에단 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춤을 추는 것과 같은 퍼포먼스는 비교적 쉽게 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댄서를 고용해 춤을 추게 하고 이를 비디오로 촬영한 다음, 그 영상을 활용해 로봇을 훈련한다"며 "그러면 로봇이 춤추는 방법을 습득하게 된다. 하지만 주변 환경이나 무대가 복잡할 때를 대비해, 여전히 엔지니어가 로봇과 함께 현장에 동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로봇을 대여하는 방식을 활용하면 구매자들은 빠르게 변하는 최신 기술에 뒤처지지 않고 적응할 수 있다

사진 출처, 1X

사진 설명, 로봇을 대여하는 방식을 활용하면 구매자들은 빠르게 변하는 최신 기술에 뒤처지지 않고 적응할 수 있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 대여의 최종 목표는 최근 중국 소셜 미디어에 자주 올라오는 재미있는 춤 공연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예컨대, 머지않은 미래에 로봇 가사도우미를 구독형으로 쓰게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기업 1X는 올해 말 가정용 가사도우미 로봇 '네오(NEO)'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 로봇이 출시되면 미국의 "얼리 액세스(초기 체험)" 고객들은 2만 달러를 내고 로봇을 구매할 수도 있고, 매달 499달러를 내고 구독 방식으로 빌려 쓸 수도 있다.

이 회사의 제품 및 디자인 부사장인 다 시퍼는 "많은 고객이 네오를 일시불로 구매하기도 하겠지만,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초기 투입 비용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네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을 사는 것보다 빌려 쓰는 것이 매력적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로봇 기술의 발전 속도 때문이다. 그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보니, 지금 큰돈을 들여 최신 휴머노이드 로봇을 사더라도 머지않아 구식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치 부디렉터는 "로봇 회사들은 매년 하드웨어가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모델과 버전을 출시한다"며 "로봇을 직접 소유하고 있다면 새것으로 바꾸기 어렵지만, 대여해 쓴다면 언제나 가장 최신 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로봇을 대여하면 전문적인 기술 지식이 깊지 않아도 된다. 문제가 생기면 제조사나 대여 플랫폼에 해결을 요청하면 그만이다. 치 부디렉터는 "고객들은 로봇을 어떻게 코딩해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대여 방식이 이러한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1X는 자사의 '네오' 로봇을 월 499달러에 구독형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사진 출처, 1X

사진 설명, 1X는 자사의 '네오' 로봇을 월 499달러에 구독형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로봇 대여 수요를 주도하는 것은 비단 휴머노이드 로봇뿐만이 아니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기업 포믹은 250대 이상의 산업용 로봇을 라스 방식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포믹의 최고수익책임자(CRO) 숀 피츠제럴드는 "서비스에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다"며 "만약 로봇 팔이 고장 나더라도 그건 우리 책임이므로, 우리가 직접 가서 새것으로 교체해 준다"고 말했다.

그는 포믹의 고정적인 월 정액 결제 모델이, 기존에는 공장용 로봇을 한꺼번에 구매할 여유가 없었던 소규모 기업들에도 "공평한 경쟁 기회"를 제공해 준다고 강조했다. 현재 포믹은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테스트도 진행 중이다.

고정 요금제 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로봇 대여 결제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인터랙트 어낼리시스의 분석가 마르코 왕은 로봇 도입을 통해 '인건비를 얼마나 절감할 수 있는지'와 대여 비용을 직접 연동하는 방식을 요구하는 기업들도 있다고 말했다.

로봇 제조사 입장에서도 로봇 대여는 매출 상승뿐만 아니라, 실제 현실 세계의 다양한 상황 속에서 제품을 시험해 보고 그 과정에서 유용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수단이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에 이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왕은 "다만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기술은 아직 미성숙한 단계"라고 진단했다.

아지봇의 로봇은 현재 17개국에서 대여해 사용할 수 있다

사진 출처, Anadolu/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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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분야의 선두 주자이자 로봇 대여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 중국에서는 자신들이 만든 로봇을 호텔에 임대하는 기업들도 있다. 호텔은 향후 가정용으로 로봇을 활용하기 위한 유용한 훈련장이다. 청소 서비스 앱을 통해 로봇을 빌려 쓸 수 있도록 제공하는 기업들도 존재한다.

중국 기업들은 파트너사들을 통해 해외에서도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업계 최대 기업 중 하나인 상하이의 아지봇은 자사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영국을 포함한 17개국에서 대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여 방식이 점점 보편화되는 것과는 별개로, 왕은 중국 정부의 지원 정책 덕분에 중국 내에서는 결국 로봇을 직접 구매하는 방식이 주를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국 국유기업들로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주문이 쇄도하고 있고, 정부 보조금에 힘입은 주문 물량도 엄청나게 많다"고 말했다.

중국만이 아니라 다른 국가의 기업들 중에도 직접 구매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사례가 있다. 기업의 브랜드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 로봇 기술을 직접 내재화하기 위해서, 또는 재무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는 이유로 로봇을 대여하기보다는 구매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기업이나 이용자들에게는 로봇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시장이 성장하는 이 시점에 편리하고 비용 부담이 적은 대여가 현명한 정답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