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국에 '호르무즈 해협 7일 내 재개방' 제안

이란의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이 파란색 유엔(UN) 배경 앞 연단에서 연설하고 있다.
    • 기자, 야로슬라프 루키프
    • 기자, 크리스 그레이엄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3 분

이란의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은 자국이 미국에 호르무즈 해협을 1주일 안에 다시 개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아락치 장관은 미 뉴욕 유엔 본부에서 기자들에게, "필요한 조건이 충족된다면" 해협 재개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조건들이 지난 6월 휴전 연장을 위해 체결됐지만 이후 사실상 무너진 양해각서(MOU)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의 제안에 대한 질문을 받은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BBC에 핵 문제를 포함한 사안에 대해 중재국들을 통한 긍정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번 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슬람 공화국을 절멸시킬 수 있다"며 이란을 위협한 바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2월28일 이란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다. 이에 이란은 이스라엘과 걸프 지역 내 미군 기지, 미국의 아랍권 동맹국들을 공격했으며,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

전쟁 이전에는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했다. 해협 봉쇄 이후 에너지 가격은 큰 폭으로 요동쳤다.

또한 이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쟁을 끝내기 위한 해법을 찾으라는 압박을 가중시켰다. 특히 미국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그 부담은 더욱 커졌다.

아락치 장관은 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필요한 조건이 충족된다면, 해협은 재개방될 수 있으며 일주일 이내에 정상적인 해상 운항이 복구될 수 있다. 이제 선택은 미국에 달려 있다."

그는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이 해야 할 행동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모두 이미 양해각서에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아락치 장관은 "미국 측이 합의에 진지하게 임하고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나설 의지만 있다면, 모든 준비는 이미 끝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BBC에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한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동영상 설명, 영상: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란을 '절멸'시키겠다고 경고했다

지난 6월18일 체결된 미국과 이란 간 양해각서는 휴전을 성사시키고 호르무즈 해협을 최소한 부분적으로라도 다시 개방하기 위해 마련됐다.

14개 조항으로 이뤄진 이 합의문에는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미국과 이란, 그리고 양측 동맹국들이 "모든 전선에서" 군사 작전을 중단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 밖에도 미국의 해상 봉쇄 종료와 대이란 제재 완화 등의 조항이 포함됐다. 또 이란이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들의 안전한 항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명시했으며, 향후 선박 운항 체계에 대해 오만과 협상을 진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양측이 공격을 재개하면서 이 합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상 무너졌다.

이란은 허가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 한 선박들을 공격해 왔다고 주장한다.

미국 역시 해협 내 이란 시설과 이란 연안의 유조선들을 공격했다. 또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도 유지해, 이란 경제에 큰 혼란을 가져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을 성공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가 인용한 원자재 데이터·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최근 10일간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 수는 하루 평균 약 18척으로 집계됐다. 어떤 날에는 일일 통과 선박 수가 9척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의 동맹 세력인 예멘 후티 반군은 최근 아라비아반도 반대편 홍해를 통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을 방해하기 위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이달 들어 신속한 공세에 나서 홍해 연안의 전략적 요충지들을 대거 장악했다. 여기에는 전 세계 해상 물류의 또 다른 핵심 요충지인 바브 알만데브 해협을 내려다보는 모카 항구도 포함됐다.

중동 지역 지도에는 두 개의 전략적 해상 요충지가 강조돼 있다. 하나는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사이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이고, 다른 하나는 예멘과 아프리카의 아프리카의 뿔 지역 사이에 위치한 바브 알만데브 해협이다. 지도에서는 예멘이 흰색으로 표시돼 있으며, 인접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아랍에미리트는 회색으로 표시돼 있다. 걸프 지역 북서쪽에 위치한 이스라엘과 이란도 표기돼 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서부 해안선을 따라 홍해가 표시돼 있으며, 남동쪽에는 인도양이 표기돼 있다. 오른쪽 상단의 작은 삽입 세계지도는 해당 지역의 전 세계적 위치를 보여준다.

후티 반군의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미국 언론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군사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유엔(UN) 총회 연설에서, 지금까지 타결에 실패했던 대이란 협상이 오는 11월 선거 직후 성사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재건하고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한 국가를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하는 협상이 체결될 것인가?"라고 말했다.

"아니면 내가 이슬람 공화국을 완전히 파괴해 그들이 다시는 사람과 국가를 죽이고 파괴할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인가? 내가 그들을 지옥으로 몰아넣을 것인가?"

한편 아락치 장관은 지난 25일 "이란은 강압이나 위협, 협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평화는 전멸시키겠다는 위협을 통해 구축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