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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찾아 절로 간 남녀 24명…몇 커플이 탄생했을까
- 기자, 제이크 권
- 기자, 서울 특파원
- Reporting from, 동화사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5 분
짙은 주황색 가사를 두른 스님이 젊은 남녀 앞에 서서 이들이 나라를 구하기 위한 임무를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한다. 짝을 찾고 언젠가 아이를 낳는 것이 그 임무다.
참가자들은 긴장된 웃음을 터뜨리며 미래의 짝이 될지도 모르는 상대를 곁눈질한다.
새로운 인기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첫 장면이 아닌, 경상북도 팔공산에 자리 잡은 8세기 불교 사찰 동화사에서 실제로 열린 소개팅 행사다.
30시간 동안 진행되는 이 행사에서는 다양한 활동이 이뤄진다. 어색한 순간도 찾아오지만, 모두 서먹함을 깨고 사랑을 찾기 위해 절을 찾았다.
진행자인 유철주 씨는 "불교도들은 나라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섰다"며 1500년대 동화사가 일본 침략군에 맞서 조선을 방어한 승병들의 주둔지 역할을 했던 점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외부에서 오는 위협이 아니다. 유 씨는 "저출생은 국가적 위기"라며 "어떻게든 나서야 했다"고 말했다.
세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국가가 부유해지며 출생아 수가 급감했다.
2023년, 국내 여성의 평생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구 유지에 필요한 대체출산율 2.1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일각에서는 치솟는 주거비와 부족한 육아 지원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여성들이 직업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또는 이제 여성들에게 결혼은 단순히 선택사항일 뿐이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젊은이들은 과거에 비해 외출도, 데이트도 덜 하고 있다. 일부는 자발적인 독신 생활을 선택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이 연애 상대를 만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는 결혼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고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며 신혼부부 대상으로 공공지원 아파트를 제공하는 등의 방안을 도입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동화사와 같은 국가 지원 소개팅 행사를 열고 있다. 그리고 이런 행사는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즐겁다.
불교 법명인 선혜지를 사용하는 김아경(28) 씨는 사찰에 가장 먼저 도착한 참가자 중 한 명이다.
활달한 성격의 김 씨는 사찰 단지 내 숙소 툇마루에 앉아 하나둘 도착하는 다른 여성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이들은 모두 결혼과 자녀 계획에 얼마나 진지한지를 평가하기 위한 설문지와 셀프 촬영 영상 등을 포함한 치열한 선발 과정을 통과했다. 1580명이 넘는 경쟁자를 제친 것이다.
김 씨는 서울권을 떠나 지방에서 사무직 일을 시작한 뒤 연애 상대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남성을 만날 기회가 정말 없다"며 "회사와 집만 오가고, 취미도 없어 취미를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모두 혼자 하는 활동이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직장 동료들은 모두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많다고 덧붙였다.
연애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사람들은 보통 학교나 직장, 혹은 친구나 가족이 주선하는 소개팅을 통해 연인을 만난다. 하지만 그럴 기회가 없다면 도시의 일상생활에서 낯선 사람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일은 드물다.
음주 문화도 줄어들고 있다. 데이팅 앱 역시 크게 자리 잡지 못했다. 수년간 성장세가 더디자 데이팅 앱인 틴더(Tinder)는 젊은 층에 더 어필하기 위해 친구 찾기 앱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법명인 엔요를 사용하는 권승오(30) 씨는 온라인에서 낯선 사람을 만난다는 개념에 늘 거부감을 느껴왔다. 친구들이 10번 정도 소개팅을 주선했지만 모두 피상적인 만남에 그쳤고, 관계로 이어지지 않았다. 대구 외곽의 대형 유제품 공장에서 일하는 그의 직장 동료는 97%가 남성이다.
결국 권 씨도 동화사를 찾았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남성 참가자들의 매너가 돋보였다.
여성들이 사찰에 도착하자 남성 참가자들은 서둘러 이들을 맞이하고, 방까지 짐을 들어주겠다고 제안한다.
권 씨는 반드시 짝을 찾겠다고 결심한 상태다. 이날 첫 번째 활동인 자기소개 시간에 직접 구운 프랑스식 페이스트리를 나눠주며 참가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어 첫 데이트 시간이 찾아왔다. 김 씨는 온화한 성격의 32세 공무원 민호와 짝이 됐다. 두 사람은 사찰 주변 숲길을 걸으며 사적인 대화를 나눴다.
이후 남성들은 함께 점심을 먹고 싶은 여성에게 플라스틱 장미를 건네라는 요청을 받았다. 민호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온화한 분위기를 가진 28세 디자이너 루비를 선택했다.
식사 내내 정중한 미소와 웃음소리가 이어진다. 커플들은 서로의 취미, 직업, 좋아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알아간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모두가 점점 마음을 열고 있는 듯 보인다. 식사를 마친 뒤, 설거지를 하기 위해 개수대에 모인 이들은 전보다 더 가까이 서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가장 어색한 순간인 장기자랑 시간이 다가오며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혔다.
민호는 가장 먼저 무대에 올랐다. 그는 2PM의 인기곡 '우리 집'의 안무를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춤을 춘다. 이 곡의 유명한 후렴구는 "우리 집으로 가자"이다.
김 씨는 최신 인기곡 '캐치 캐치'에 맞춰 자연스럽게 춤을 추고, 권 씨는 발라드를 열창한다. 루비는 더듬거리지만, 매력적인 스페인어 자기소개로 민호의 호감을 산다. 한 여성은 플루트를 꺼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곡을 연주한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일정이 참가자들을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녹차를 곁들인 스피드 데이팅이 시작되기 전까지 잠깐 쉴 수 있는 시간은 불과 몇 분뿐이다. 물론 실제로 차를 마시는 사람은 없었다.
그다음에는 여성 참가자들이 저녁 데이트를 함께할 남성을 선택할 차례다. 김 씨는 민호에게 장미를 건네고, 루비는 불편한 기색을 보인다. 권 씨는 어떤 여성에게도 선택받지 못했고, 결국 짝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
마침내 하루를 마무리하며 원로 스님이 참가자들에게 출산의 의무를 상기시키는 열정적인 연설을 한 뒤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애국심보다는 자신의 연애 운명에 더 관심이 있는 참가자들은 애국가를 중얼거리듯 따라 부른다.
지방자치단체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소개팅 행사를 열어 왔다. 목공 체험 데이트부터 강변 DJ 파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정부의 대대적인 출산 장려 정책에도 불구하고 출생률은 수년간 계속 하락했다.
하지만 2024년부터 수치가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했다. 올해 여성 1인당 평균 출생아 수는 1.0명으로, 2025년의 0.8명보다 증가한 수치다.
정부 정책의 직접적인 결과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결혼과 출산이 미뤄졌고,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가 출산 연령에 도달한 점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인식도 변하고 있을 수 있다. 3월 발표된 한 조사에서는 미혼자들이 결혼과 출산에 대해 2년 전보다 약 10%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들은 사찰에 온 일부 여성들의 경험과도 일치한다. 그들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친구들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점점 더 많이 보고 있다고 말한다.
저녁이 깊어질 무렵, 마지막 데이트 선택을 앞두고 참가자들의 사회적 에너지는 거의 바닥난 상태로 보인다.
진행자인 유 씨는 아직도 짝을 찾을 시간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오후 10시 취침 시간은 단지 권고일 뿐이라며 밤에는 "뜻밖의 일로 가득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한 행사 진행 요원이 참가자 한 명에게 다가간다. 그는 남자 친구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 관계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 말한다.
루비는 결국 민호와 함께 산책을 나선다. 김 씨는 피곤해 보인다.
권 씨와 짝을 찾지 못한 다른 참가자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떠난다.
다음 날 아침, 참가자들은 모두 농담을 주고받고 이야기를 나누며 문자 메시지로 최종 선택을 유 씨에게 보낸다.
행사가 끝날 무렵, 관계자와 참가자 사이에 성사된 두 커플을 포함해 모두 여덟 커플이 탄생했다. 참가자들은 마지막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모였다.
권 씨는 짝을 찾지 못해 실망한 표정이다. 하지만 그는 "다시 받아 준다면" 이 행사에 한 번 더 도전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다.
반면 김 씨는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같은 방을 쓰는 다른 여성들과 새벽 3시까지 수다를 떨었다.
그는 "친구를 많이 사귀었다"며 함께 브런치를 먹을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덧붙인다.
그에게 이번 경험은 즐거운 파자마 파티 같았다. 다시 십 대가 된 것처럼 즉흥적이고 대담한 선택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들었다.
남성 참가자들도 같은 생각이다. 이들은 이후에도 계속 만남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제는 식탁에 고기와 술도 생길 예정이다.
모두가 사찰을 떠날 때 연인을 얻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거의 모두가 새로운 친구 혹은 새로운 자신감 등 이전에는 없었던 것을 안고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