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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조기 탈락 후폭풍…홍명보 감독 사퇴에도 커지는 파장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후폭풍이 거세다.
손흥민, 이강인 등 해외파 실력있는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32강 진출에 실패하자 비판의 중심에 선 홍명보 감독은 사퇴했다. 하지만 살해 협박이 등장할 만큼 여론은 식지 않고 있다. 파장이 커지자 정부는 대표팀 운영 부실과 인사 실패 의혹에 대한 전면 조사에 들어갔다.
34위로 마감한 북중미 월드컵 성적표
한국 축구가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이후 8년 만이다.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조별리그 A조 첫 경기에서 체코를 꺾었으나, 개최국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연이어 패하며 조 3위에 그쳤다. 이어 각 조 3위 팀 간 성적 비교에서도 10위에 머물러 최종 3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결국 홍 감독은 탈락 다음 날인 29일(한국시간) 멕시코 사포판 베이스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사퇴했다.
홍 감독은 이 자리에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대표팀 감독 자리를 내려놓지만 대한민국 축구를 향한 마음까지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 대표팀이 다시 국민의 신뢰를 받는 팀으로 성장하기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2024년 7월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홍 감독의 임기는 2027년 1월 아시안컵까지였지만, 월드컵 탈락의 책임을 지고 약 반년 앞서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전 패배 직후부터 시작된 홍 감독을 향한 비판 여론은 사퇴 이후에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 28일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기도 안양의 식당, 전북 김제의 고깃집, 서울 마포구의 카페 등 자영업 매장 곳곳에 '홍명보 출입 금지' 안내문을 내건 인증 사진이 잇따라 게시되기도 했다.
비난 여론이 과열되면서 신변을 위협하는 행위도 발생했다. 대표팀 귀국을 앞두고 온라인상에 "홍 감독이 귀국하는 날 인천공항에서 살해하겠다"는 협박 글이 올라온 것이다. 자신을 미국 국적자라고 주장한 작성자에 대해 경찰은 협박 혐의를 적용해 추적 수사에 나섰다.
감독 선임 논란 재점화
이번 비판 여론은 단순히 월드컵 성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홍 감독은 2024년 대표팀 사령탑 선임 당시부터 절차적 공정성 논란의 중심에 섰다. 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다른 후보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홍 감독 선임을 추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로 인해 홍 감독이 국회 현안 질의에 출석하기도 했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와 서울행정법원 판단에서도 감독 선임 과정의 절차상 하자가 공식 인정됐다. 법원은 전력강화위원회가 홍 감독을 1순위 후보로 결정한 뒤 정해성 당시 위원장이 사퇴하자,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이사에게 감독 추천권이 넘어간 점을 지적했다.
최종 선임을 의결한 이사회 역시 충분한 토론 없이 결정을 내렸다고 판단했다. 현재 축구협회는 이 같은 법원 판단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감독 선임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도 2년째 진행 중이다. 경찰은 관련자 조사와 법리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정 회장은 지난달 북중미 월드컵 이후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사태가 확산하자 정부도 공식 대응을 시작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SNS를 통해 "능력보다 네 편 내 편을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며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는 조직과 인사의 실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에 철저한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는 축구 행정 전반을 점검하는 전문가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참담한 결과가 나온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무능과 부실에는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어 축구협회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행정지도를 강화하고, 공공의 감시와 견제가 작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기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든 축구대표팀은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온라인상에서 홍 감독을 향한 살해 협박 등 돌발 행동이 예고된 만큼, 경찰은 공항 안팎의 기동대 배치와 경비를 대폭 강화하고 현장 안전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